제 17회 서울변방연극제 공식초청작 소개

“자본과 권력의 항해를 위해, 혐오와 배제를 조장하는 우리 사회 구조와 질서에 대한 질문”
“결국, 민주주의가 보편의 가치가 아닌 자본과 권력의 도구로 변질”
“우리사회 파괴된 공동체의 회복을 꿈꾼다”

경계인이 직면하는 제도의 안과 밖, 도시에서 배제된 것들의 눈으로 바라본 세계, 국가 폭력과 대감금의 역사, 성노동자의 인권, 자본이라는 구조와 노동, 기업이 된 대학이라는 현실 앞에 파괴된 우리의 공동체에 삶의 회복을 꿈꾸면서 나와 이웃의 모습을 새롭게 상상하기를 기대해봅니다.

“우리는 학교로 부터 외면당했고, 학생들로부터 비난받았다.
구조조정은 방해받지 않고 거의 계획대로 진행되었다.
학교는 고기 잡는 것을 사람 목숨보다 소중하게 여기는 어선으로 바뀌었다”
(<기업가의 방문> 추천사 中 -삼보 일배를 함께 한 친구 효진(중앙대 철학과 04학번)

개막프로젝트 <새연극학교 : 기업가의 방문> (작가 노영수) 은 등록금 마련을 위해 쌍끌이 어선을 탔던 경험으로부터, 대기업으로 학교의 주인이 바뀐 이후에 벌어졌던 구조적인 문제들에 저항하고 ‘퇴학’ 처분과 ‘퇴학처분’은 부당하는 판결까지, 결국 순수한 학문의 전당마저 자본에 포획된 괴물로 변해가는 과정을 담당히 기록한 <기업가의 방문> (노영수 저)의 경험을 관객들과 나눈다. 뒤렌마트 작 <노부인의 방문> 낭독공연과 강연과 토크형식으로 진행된다.

<올나이트> (연출 전은정) 는 노숙인 극단 연필통과 교육연극연구소 프락시스가 공동으로 제작하는 작품으로, 서로를 외면한 채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는 쪽방촌 사람들, 죽어서도 삶으로부터 놓여나지 못하는 귀신들, 산 자의 밤과 죽은 자의 밤, 그들의 모든 밤들이 만나 다시 ‘삶’을 이야기 한다. 연극으로 사회적 소통을 꿈꾸는 ‘프락시스’는 쪽방촌 사람의 이야기에 2012년 노숙인 연극 프로그램 참여자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아마추어 극단 ‘연필통’ 단원들의 삶을 얹어 또 다른 밤들을 이야기한다. 낭독극 형식의 공연 후에는 ‘나에게 연극이란’ 주제와 함께 ‘연극’을 통해 경험하고 실천해온 노숙인 배우들의 삶을 관객들과 함께 나눌 예정이다.

<꼬마 짱꼴라:전인교육> (연출 송이원) 은 대한민국 태생으로 대만/중화민국 국적을 소지한 3세대와 4세대 사이의 화교인 꼬마 짱꼴라가 바라본 경계에 대한 질문이다. 화교는 본국을 떠나 해외 각지로 이주하여 현지에 정착해 살고 있는 중국인 또는 그 자손을 말한다. <꼬마 짱꼴라:전인교육>은 丙(병) 소사이어티의 작품으로, 국가라는 제도적 틀 안에서, 지·정·의(知情意)가 완전히 조화된 원만한 인격자를 기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전인교육(全人敎育)의 관점에서, 화교라는 정체성으로 성장해 가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국가(state)’라는 단어가 가진 심리적·육체적 ‘상태’와 정치적·경제적·사법적 ‘단위’로서의 이중적 상태를 통해 사회의 촘촘한 그물망과 교차되는 시선들에 대해 질문한다.

<똑바로 나를 보라2> (연출 사미숙)는 성노동자들의 살아갈 권리, 일할 권리,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위해 활동과 연구를 실천하는 모임인 ‘성노동자권리모임 지지’가 제작한 작품으로 ‘성노동’에 대한 화두를 던지는 토론연극이다. 성노동자, 법조인, 의료인, 연구자, 페미니스트 활동가, 출판인, 학생, 가사노동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지지의 활동가들은 ‘권리를 향한 운동’과 ‘폭력에 반대하는 운동’이 서로 반대편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성노동자의 권리를 주장하는 동시에 폭력에 반대한다. 이 작품에서는 “여성에 대한 폭력”, “몸을 더럽히는 일”, “착취당하는 성노예” 등 다양한 관점을 지닌 여성학자, 도덕론자, 노동운동가 등이 등장해 서로 다른 시각으로 ‘성노동’을 둘러싼 논쟁을 벌인다.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논쟁은 가부장제 사회가 안고 있는 섹슈얼리티 위계화와 노동의 위계화라는 문제에 대해 관객들이 사유하고 참여하도록 이끈다. 현재, 헌법재판소에서는 성노동자들을 범죄자/피해자로 만들고 있는 성매매방지특별법의 위헌 청구 소송이 진행 중에 있다. ‘지지’는 향후 성매매 정책의 방향 설정에 있어 성노동자 당사자의 목소리가 더이상 배제되어서는 안 되며, 우리 사회가 더이상 그들을 낙인과 혐오의 대상으로 바라보아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이 연극을 통해 전달하고자 한다.

리빙퀴어낭독극장 <조금씩 멀어지는>(연출 김미경)은 퀴어들의 성장통을 낭독극 형태로 담아내었다. 성소수자들의 존재를 부정하고 혐오하는 이들은 동성애는 멸망 받을 큰 죄악이라고, 치료받아야 할 병이라고 외친다. 그런데 사실 이들은 성소수자들의 가족이며 친구이며 동료이다. 성소수자와 혐오세력이라는 이름을 걷어놓고 보면 하나의 사회 속에 살아가는 이웃인 것이다. 낭독극 <조금씩 멀어지는>은 청소년 퀴어 문학 단편 소설집 AM I BLUE?에 수록 된 13편의 작품 중, 조금씩 멀어지는(재클린 우드슨作)을 각색하여 제작한 작품으로, 본인의 성 정체성에 대해 혼란스러워 하는 청소년 뿐만 아니라 그들의 부모, 또는 그들 곁에 존재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해와 공감의 시각을 열어 주는 작품이다. 낭독극 이후에는 당사자들과의 관객과의 대화가 이어진다.

<한종선 그림전>(연출 한종선)은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 한종선의 그림 전시이다.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 한종선은 1984년부터 1987년까지 형제복지원에 수용되어, 인권유린을 겪었던 당사자로, 2012년 국회 앞 1인 시위를 하고, <살아남은 아이>를 펴내, 그림과 글을 통해, 생지옥 같았던 형제복지원의 실상을 증언하고 기록했다. 형제복지원 사건이 알려진 이후, 한종선은 형제복지원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위해 활동을 벌이면서, 또 한편으로 배제되고 억압받았던 존재들이 자신의 주체적인 목소리와 권리를 찾는 활동을 벌이고자 한다. <살아남은 아이>라는 책을 통해, “사람이 짐승이 되기는 쉽지만, 짐승에서 사람이 되기는 어렵다”고 외쳤지만, 결국 사회의 보이지 않는 벽과 피해당사자들의 운동 방법에서 오는 날선 것들에 충돌, 이해되지 않는 소통방법들에서 오는 여러 가지 아우성 속에서 회의를 품는 것이다. “눈치와 멸시 속에서 당하고 빼앗기며, 수많은 손가락질과 구타와 폭언 속에서 살아남아야만 했던 존재들이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기회와 계기조차 만들어주지 않는 이 세상에 스스로 일어서려 발버둥 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지금까지도 한시도 행복함을 느껴보지 못 한채, 불안함 속에 허우적대며 무엇인가를 표출하지만 사람들은 알지 못합니다. 그들의 시선에서 그들의 눈높이로 그들만의 언어 속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오롯이 들려주고 싶습니다”. 국가는 그들을 부랑인이라 칭하며 사람으로서의 삶의 권리를 모두 박탈했고, 인간이 아닌 짐승으로 만들었고, 다시 세상에 나와서도 한 명의 주체적 존재로서의 목소리보다는 피동적인 존재로 남으라는 세계의 요청에 자신의 목소리를 찾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권은영과 자유인문캠프가 함께 제작하는 공연 <입시특강-이것이 대학이다> (연출 권은영)는 대학의 구조조정 문제를 다룬다. 지금 대학은 구조조정 중이다. 한때 대학의 주인이었던 대학생들은 대학 교육 서비스의 소비자를 거쳐, 이제는 대학 구조조정의 대상자가 되었다. 그동안 대학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나. 이대로 대학을 꿈꾸고 입시를 준비해도 되는가. 대학 스스로는 드러내지 못하는 이야기, 하지만 그 어떤 것보다 솔직한 ‘진짜’ 대학 이야기. 대학 구조조정의 최전선에 서 있는 중앙대와 흑석동 일대에서 다시 구성되는 입시 특강, 이것이 대학이다.

서울 성북구 북정마을의 칠순 어르신들과 극단 서울괴담이 함께 제작하는 잔치극<칠순잔치>(연출 유영봉) 는 남자로 상징되는 한국 현대사, 이성과 과학, 서구중심적 제국주의, 자본주의적 개발 및 시장만능주의, 능력제일주의, 서울중심주의로 가득한 기이한 고도성장 속에서 녹녹치 않은 시간을 보내온 광복둥이(해방둥이)들의 이야기이다. 칠순은 ‘고희’라고도 하는데 두보의 싯구 ‘인생칠십고래희’라는 대목에서 유래했다. 인생 칠십까지 살기 쉽지 않다 라는 의미로 여기까지 사는 것도 덤으로 사는 것이니 근심이나 걱정할 것 없이 남은 생을 살아도 괜찮다는 의미이다. 잔치극 <칠순잔치>는 농업과 생태적 가치의 존중으로 대치되어야 하는 시대적 요구에 어울리는 상징적인 칠순 잔칫상을 차림으로서 우애와 환대를 나누며 오순도순 살았던 공동체의 기억을 되살려서 분열과 갈등으로 멍들고 얼룩진 가슴을 쓰다듬어 보자는 의미의 공연이다. 자본과 속도의 무한경쟁 앞에 모든 국민이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압축성장의 휴유증이 터질 듯 팽배해 있는 한국 사회에서 예술가들이 먼저 앞장서서 꿈을 꾸기를 제안한다.

현대미술의 맥락에서 계속해서 살아있기, 그리고 그 삶에 대한 의미에 대해 계속해서 생각하는 일은 예술작품이 될 수 있을까? <살아있기 그리고 생각하기로서의 현대미술>(연출 유병서)은 살아있기와 생각하기’는 하나의 고유한 현대미술의 창작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모 파운데이션을 통해 베를린 레지던시 작가로 선발되어 참여하게 된 유병서 작가는 애초부터 생활비와 작업비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을 알고 지원했고, 선발되었지만, 돈이 없는 것이 문제였다. 모아 놓은 돈이 없었기 때문에 무척 힘이 들었던 작가는 작업을 하고 살아남기 위해 일을 해야 하는 모순적인 상황에 놓인다. 그러나 작가는 작품을 하러 베를린에 간 것이지 돈을 벌러 간 것이 아니기 때문에, 따라서 돈을 한국을 통해 벌어야 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번역과 기사작성을 통해 겨우 용돈을 벌었고, 또 다른 부수입은 병을 파는 것이었다. 독일인은 맥주를 사랑하고 밤낮가리지 않고 병맥주를 마셔댔기 때문에 쉽게 일을 하 수 있었다. 그러니까 낮에는 전시를 보러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빈병을 줍는다. 그리고 밤에는 글을 쓰고 생각을 한다. 베를린에 도착한 후 작가가 한 일은 ‘살아있기’ 그리고 ‘생각하기’ 그 둘이 전부였다. 작가는 자신이 가진 생각과 실제의 삶 그 사이의 괴리, 그 간극을 좁히는 것 그것이 바로 예술작품이 아닌가 하고 주장한다. 예술이란 결국 삶과 실천의 영역에 대한 거시적이고도 보이지 않는 것들을 연결해 내는 질문이라고 주장한다.

새연극학교 포럼 <청년예술포럼 : 청년예술가의 오늘> (공동기획 소셜아트플래툰)은 소셜아트플래툰(송상훈 본부장)과 예술대학 학생회 네트워크(임시의장 서희강)가 주축으로 기획된 포럼이다. 예술대학이 대학구조조정의 1순위가 되었다. 공급수요와 산업수요가 맞지 않은 미스매치가 문제라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출범한 예술대학 학생회 네트워크”많은 청년작가들이 지속가능한 작업활동을 힘들어하는 것은 졸업자들을 줄여서 해소할 수 없고 지원사업을 통해 해소되는 문제”라며 “교육부가 말하는 ‘산업수요 미스매치’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예술대학을 구조개혁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예술산업을 구조개혁”하여, 예술계열의 특수성을 반영하고, 청년예술가들의 창작환경 특히 예술계 생태계를 들여다보며, 예술가로서의 삶의 선택은 가능한가에 대해 근본적으로 질문한다.

새연극학교 다큐멘터리 <자전거, 도시> (감독 공미연)는 개발이라는 성장관점에서 배제된 자전거의 시선으로 도시를 바라본다. <자전거, 도시>는 한국의 도시 형성과정에서 경험한 지역 개발의 폭력성, 마을 공동체의 붕괴와 같은 ‘도시’와 ‘삶’의 문제들을 이야기하는 다큐멘터리이다. 한국사회가 살아가는 속도의 정치학을 담담하게 풀어낸다. 영화에서 자전거는 물리적 공간과 정신적 공동체를 연결해 내는 매개가 된다. 자전거는 한국의 도시라는 물리적 공간에서 끊임없이 위협당하고 배제되지만, 쉬지않고 자기 자리를 찾아가려 한다. 뽑히고 부서지고 매몰당하는 것들, 원래 있어야할 것들을 지키기 위한 삶의 원형들 속에 영화를 이끄는 주인공들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

새연극학교 다큐멘터리 <야만의 무기> (감독 이강길)는 2003년 원전 방폐장 건설을 둘러싸고 사회적 갈등이 빚어졌던 부안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정확하게는 그 이전의 ‘새만금 건설’을 둘러싼 지역 내 갈등부터 2005년 경주 방폐장 건설 찬반주민투표와 이후 각종 선거까지 약 10여 년의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다. 정부와 한전의 유언비어 배포를 통한 이간책과 그에 따른 지역주민 간의 갈등, ‘부안항쟁’이라 불릴 정도로 극심했던 주민들과 공권력 간의 충돌, 선거 때마다 남발되는 허위공약과 그에 따른 아이러니한 투표결과 등, 여타 정부나 기업 주도의 개발정책과 그 집행에서 늘 동일하게 발생하는 갈등 ‘과정’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이 영화는 10여 년의 과정을 쫓아가며, 궁극적으로 그 과정에서 드러난 민주주의라는 정치 매커니즘과 개발의 상관관계를 질문한다.

제17회 서울변방연극제 폐막작 <게공선> (연출 강량원)은 1926년 게를 잡아 통조림으로 가공하는 ‘게공선’에서 한 선원이 가혹한 노동과 폭력으로 사망했던 실제 사건을 소설화했던 소설가 코바야시 다키시의 작품 <게공선>을 원작으로 삼아,<게공선>에 탑승한 선원들의 모습을 통해, ‘자본주의라는 지옥을 항해하는 배’, 오늘날까지 자본주의의 이익을 위해 희생되는 노동자, 청년들의 실태를 극대화해 질문한다. 프롤레타리아 문학의 대표작 고바야시 다케시 작 <게공선>은 게 통조림을 가공하는 ‘배도 아니고 공장도 아닌’ <게공선>을 탄 선원들의 모습을 통해, ‘자본주의라는 지옥을 항해하는 배’를 극단 동의 새로운 감각으로 드러낸다. <게공선>의 시대적 상황에서 주목할 지점은 일제강점기에 대한 시각이 민족 간의 관계 문제가 아닌, 계급간의 관계에서 드러나는 문제였다는 것이다. 우리가 척결해야 할 식민지의 잔재는 ‘일본적인 것’이 아니라 여전히 우리를 ‘게공선’의 위태로운 삶의 현장으로 내모는 ‘자본주의적인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강량원 연출을 필두로한 극단 동은 스타니슬랍스키의 정교한 훈련체계를 배우의 신체행동을 중심으로 한 연극으로 확장해보고자 1999년 창단, 배우의 신체를 중심으로 하는 다양한 실험을 해왔다. 2008년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로 동아연극상 새개념연극상, 2008년 <테레즈 라캥>으로 PAF 연출상, 2010년 <비밀경찰>로 2010년 한국연극 ‘올해의 공연 베스트 7′, 한국연극평론가협회’올해의 연극 베스트3’에 선정되었고, 2015년 <상주국수집>으로 서울국제공연예술제 공식초청작으로 선정되었다.

Share